치악산 남단, ‘신이 깃든 숲’으로 불리는 ‘신림(神林)’에는 치악산 성황신을 모신 숲 성황림(城隍林)이 있다. 성황림은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모셔온 신성한 숲으로 재앙을 막고, 길한 것들을 품으려는 기도가 이어지는 곳이다. 지금도 지름 1.8m, 높이 35m의 전나무가 신목(神木)으로 숲을 지키고 있다. 당집인 성황당(城隍堂)을 가운데 두고 또 다른 신목인 엄나무와 좌우에서 있어, 전나무는 남서낭, 음나무는 여서낭으로 모신다.
당집 앞 금줄엔 소원을 적은 한지를 내걸었으며, 주민들은 매년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두 차례 열리는 성황제 때 금줄을 교체한 뒤 촛불로 종이를 불태운다. 성황림 숲길에 들어서면 국도변을 달리는 자동차 소음 대신 갖가지 종류의 새소리, 일렁이는 바람 소리, 풀숲이 부딪쳐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인공의 소리가 사라진 공간에서 들려오는 온갖 자연의 소리들은 마치 신의 소리인가도 싶다.
낙엽활엽수 50여 종이 빽빽하게 들어선 성황림은 한반도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마을숲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제93호)로 지정되었다. 비밀의 숲 성황림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지만,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숱한 소원을 머금어 더욱 웅장해진 숲이 간직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신들의 숲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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