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위의 섬인 선유도공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섬으로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선유도공원으로 건너기 위해 특별히 만든 선유교이다. 커다란 아치를 품고 있는 이 다리는 지난 2000년에 ‘새 천년’을 맞아 서울시와 프랑스가 기념사업으로 건축한 다리이다. 날렵한 선을 가진 다리의 모양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위에서 바라보는 선유도공원과 한강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처음 닿는 곳은 선유도 전망대이다. 섬의 바닥에서 10m 이상 띄워 놓은 데크에서 탁 트인 주변을 둘러보면 멀리 마포의 빌딩 숲, 북한산, 하늘공원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과거 정수장의 흔적이 가장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은 ‘시간의 정원’이다. 한강에서 유입된 물에 약품을 섞어 불순물을 가라앉히던 1차 침전지였던 이곳은 5m 깊이로 물이 차 있었지만, 지금은 8개의 다양한 테마를 가진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뀌었다. 오랜 시간이 느껴지는 콘크리트 벽과 기둥에는 출렁이던 강물이 층층이 만들어 놓은 흔적이 남아있는데, 정원을 채운 갖가지 식물들의 배경이 되어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1차 침전지를 거쳐 건너온 물을 다시 한번 침전시키던 2차 침전지는 ‘수질정화원’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는 물속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하며 생태계의 자연정화 능력을 생각해 보게 된다. 침전지에서 건너 온 물을 모래층에 통과시켜 불순물을 걸러내던 여과지는 수생식물원으로 바뀌어 다양한 수생식물들의 성장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여과지에서 건너온 깨끗한 물을 최종적으로 소독하던 정수지는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름 그대로 30여 개의 녹색 기둥들이 도열해 있는 이곳에는 처음 공원이 공개되었을 때 오래된 콘크리트 기둥들만 늘어서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둥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자랐고, 세월이 계속 덧입혀지면서 본래 콘크리트 기둥은 모두 가려져,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자연이 만든 신전에 방문한 듯한 경건함 마저 느껴진다.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던 선유봉. 그 자리에 들어서 도시에 물을 공급하던 거대한 산업시설은 세월에 흐름에 따라 기능을 잃은 후 도시 재생을 통해 자연의 새 옷을 입고 내재된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다시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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